PARADISE  ZIP

실력파 뮤지션으로 잘 알려진 나얼은 학부와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유나얼이라는 본명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이기도 하다. 유나얼의 작업을 관통하는 두 가지 핵심 주제는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 ‘흑인 음악’과 삶의 근간인 ‘신앙’이다. 작가의 청소년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소울 충만한 흑인 음악(재즈, 블루스, R&B, 힙합 등)에 대한 탐구는 흑인이라는 인종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었다. 그는 다양한 경로로 흑인 관련 자료들과 전설적인 흑인 뮤지션들의 앨범, 그리고 각종 빈티지 가구 등을 모으기 시작했고, 이들은 작업의 핵심적인 재료가 되었다.

버려진 포장지, 앨범 커버, 낙서, 사진 등의 버려지고 뜯겨진 오브제들은 세심하게 선택 된 후, 그의 드로잉과 함께 감각적으로 배치된다. 유나얼은 각종 재료들을 오려붙여 직접 콜라주 하는 방식과, 스캔 받은 다양한 이미지들을 컴퓨터상에서 수정, 편집 한 후에 프린트 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작품 속의 오브제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채 원주인의 소유에서 이탈된 존재들이다. 유나얼은 쓸모없이 버려진 원재료들을 소중하게 보듬고 다듬는 과정을 통해 매력적인 예술 작품으로 변모시킨다. 실력 있는 뮤지션과 재능 넘치는 예술가의 역할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작가의 모습처럼 그의 작품은 세련된 조형 감각과 형식적 완결성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 매끈하게 구성된 이미지들의 기저(基底)에는 ‘신앙’의 메시지가 깔려있다. 유나얼은 ‘예술의 본질은 사람한테 있는 것이 아니라 창조물을 만드신 하나님에게 있다.’고 말한다. 여러 매체를 통해 그는 자신의 삶과 존재의 근원으로서 ‘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살아서 역사하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언급했다. 그의 작품에 핵심적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텍스트들은 ‘성경’ 말씀을 인용한 것이다. 작가는 이 텍스트를 회화적, 장식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관객의 마음을 파고들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 전시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유나얼은 자신의 삶이 창조주의 뜻에 따라 사용되기를 원하고, 또 하나님 보시기에 기뻐하실 만한 아름답고 조화로운 작품을 만들기를 원한다. 그의 작업은 개인의 관심과 욕망을 드러내는 사적 유희의 결과물이 아닌, ‘신’이 주신 재능을 활용하여 그분의 뜻을 드러내기 위한 온전한 도구인 것이다. 유나얼의 작업은 형식과 내용면에서 조화로움과 신실함, 평온과 사랑의 기운으로 충만하다.

이번 전시에서 유나얼은 가정집을 개조한 전시 공간에 맞추어 드로잉, 실크스크린, 콜라주 작품과 함께 다양한 설치 작업을 세심하게 배치하였다. 관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로서 유나얼의 예술적 재능을 확인하고,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