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문화재단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전시 공모 프로젝트 “ZIP UP”은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재능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여 시각예술전반의 창작 활동을 활성화시키고, 문화예술향유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이번 전시는 2017년 “ZIP UP”에서 최종 선정된 조재영 작가의 전시로 “Under the Paradise”라는 주제아래 기존의 인식 체계에 내재된 위계 질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전시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향 그 아래에 은밀하게 존재하며 우리가 믿고, 기대하며, 추구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질문을 던진다. 진짜 우리들의 Paradise무엇인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
조재영의 작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칙들과 그것의 가시적 표상을 다룬다. 다만 여기서 원칙들은 다소 변형된 것, 현재로부터 이탈된 것,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들이다. ‘미세하게’라고 기술하는 이유는 외양이 나타내는 것이 원칙의 떨림에 대한 징후적 변형이기 때문이다. 그가 다루는 대상들은 ‘정상’과 소멸 사이의 가느다란 공간들에 자리 잡고 있다. 그것들은 현실이 해상도를 잃고 기하학적 도형들로 환원되거나 물질들이 연금술적 영혼의 상태였던 원형적 단계로 되돌아가기 전의 불안정하고 상호 교환이 가능한 세계에 속한 것들이다. 이번 전시 [낙원 아래에서 Under The Paradise]에서 조재영은 완벽한 세계, 세계의 이상성에 이르기 위한 과정 속에서, 그 이전에 존재했을 것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상적 상태에 이르는 과정은 세계 속에서 이상성을 뺀 나머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차감이 세계를 불안의 상태로 몰아넣는다. 언어는 대상을 잃고 사물은 얼어붙는다. 관계는 탈선을 반복하고 의식은 혼돈의 상태에 머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의 시선 속에서 이러한 차감은 새로운 시작과 순환들, 끝없이 회귀하는 순간과 다른 차원으로의 도약의 계기가 된다. 낙원은 ‘저 쪽’ 혹은 ‘저 위’에 있는 것으로 충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의 부재로 인해 우리가 머무는 세계 속에는 그 부재의 위치로 향하려는 의지와 방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낙원과 접하는 면들은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아직 발견한 적이 없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그것은 영원히 우리의 언어와 의식에 도전하는 미증유의 형식으로 드러날 것이다.
유진상 (계원예술대학교 교수)